게임 자체도 재미가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분석하고 통계를 살펴보는 것을 좋아해 데이터 분석가라는 커리어를 선택하기까지 한 저에게는 게임 이상의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포커 게임은 완전 운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해진 카드 안에서 어떤 경우의 수가 나올 것인지를 계산하면서 플레이하다보니 그저 운에 맡기는 게임은 분명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제가 게임을 할 때 ‘포커 탐험가’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실 수도 있겠네요. 포커 게임과 관련한 여러 통계들을 살펴보고 분석하는 게 마치 거대한 포커 게임 정글 속에서 탐험을 하는 것과 비슷해 보여 선택한 닉네임이랍니다. 그렇게 분석하면서 포커 게임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저에게 포커를 가르쳐 줬던 친구들의 실력을 넘어서게 되더군요.
캐주얼한 포커 플레이어로 한게임 정도를 게임을 즐기던 저의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요, 바로 2019년에 WSOP에서 한국 최초로 김지영 프로가 우승을 한 사건입니다. 김지영 프로가 무려 900명이 넘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4일에 걸쳐 게임을 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16만 달러 이상의 상금까지 받으며 대한민국 포커 커뮤니티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죠. 그 전까지 저는 그저 한게임 포커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재미로 하는 수준이었는데 김지영 프로의 WSOP 우승 소식을 접한 이후 그 너머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는 김지영 프로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관련 기사들을 모조리 찾아 탐독했습니다. 끊임없는 분석과 연습을 통해 그가 이룬 성과를 보면서 저는 앞으로는 ‘제대로 된’ 포커 게임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했죠.
동아리 친구들에게서 배운 게임에서 시작된 저의 이야기가 그 때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카드 게임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며 결국엔 세계적인 포커 선수로 거듭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목표도 세우게 되었죠. 조금은 허황된 꿈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요, 하하. 김지영 프로의 이야기는 저와 같은 초보 포커 플레이어에게 엄청난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좀 더 본격적인 취미 생활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로 진지하게 포커 족보를 공부하고, 제가 하는 게임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분석하면서 더 나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포커 탐험가’라는 저의 닉네임에 걸맞게 다양한 포커 게임들을 탐험하고 있고, 지금은 싯앤고(Sit & Go) 홀덤을 가장 즐기고 있습니다. 카드 게임은 운도 중요하지만, 숫자를 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승리를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진 패를 분석하고, 상대방의 패를 추적하는 심리전에서 승리하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하지만 모든 게임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는 점, 바로 이런 게 포커만의 특징이자 매력이겠죠.
지금은 차근차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게임들이 반복되지만 언젠가는 라스베이거스 여행 비용을 모아서 비행기에 오르고 싶어요. 너무 멀지 않은 때에 그런 날을 누리는 게 저의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김지영 프로 이후 저와 같은 여성 플레이어가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한국인 플레이어들에게 포커 게임이 더 친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김지영 프로처럼 저도 WSOP에서 한국인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고 싶은 꿈을 마음 속 한 켠에 품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탐험가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플레이하고, 기록하고, 분석하는 하루를 보냅니다. 이 탐험의 끝이 어디일지, 그리고 저를 어디로 이끌지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