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이 11월 21일에 개막을 앞두고 있다. 가나, 포르투갈 그리고 우루과이와 함께 H조에 편성된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월 24일 우루과이와 본선 첫 경기를 시작으로 2일에는 가나와 2차전을, 12월 3일에는 포르투갈과 마지막 최종전을 차례로 치른다.
조별리그 상위 2개 팀에게만 주어지는 16강 진출 티켓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2차전 맞대결 상대인 가나 축구대표팀에 대해서 살펴본다.
FIFA 랭킹 60위의 가나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국 중 랭킹이 가장 낮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축구 강국 중 하나로 꼽힌다.
월드컵 아프리카 2차 예선 당시 가나는 남아공, 에티오피아, 짐바브웨를 상대로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G조 1위로 진출했고, 본선행을 결정지은 3차 예선에서는 아프리카 최강국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를 꺾은 바 있다. 2006년, 2010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통산 4회째 월드컵 출전인 가나의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2010년 8강 진출이다.
2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한 가나 축구대표팀은 최근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중 국적 선수들을 말 그대로 대거 투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나 축구협회가 사전 협의 없이 선수들을 투입함에 따라 이들 선수에 대한 ‘용병 논란’과 함께 거센 비판 여론이 일고 있지만, 이러한 결정이 팀의 전력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가나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이중 국적이었던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 귀화하여 대표팀에 합류함으로써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바 있기에 과거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이번에도 같은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7월 말 기준,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윙어로 활약 중인 칼럼 허드슨-오도이와 에디 은케티아(아스널) 외에도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 랜스포드-예보아 쾨니히스되르퍼(함부르크)를 투입함으로써 공격력을 강화했다.
이냐키 윌리암스의 경우 스페인 대표팀에서 지난 2016년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바 있지만, 가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이냐키 윌리암스의 대표팀 합류 승인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국적 선수는 21세 이하인 경우 최대 3경기까지 A매치를 치러도 대표팀 국적 변경이 가능한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이어서 센터백 패트릭 파이퍼(다름슈타트), 타리크 램프티(브라이튼), 수비형 미드필더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스햄튼), 슈테판 암브로시우스(함부르크)를 끌어오는 데 성공하며 수비진까지 탄탄하게 보강했다.
이중 국적 선수들을 적극 설득하고 속속들이 귀화시키면서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다. 영국과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활발하게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한국 벤투호에게는 위협 요소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가나 선수단은 평균 연령 20대 중반 정도로, H조에서도 평균 연령이 가장 어려 피지컬과 과감함이 주된 무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과감함으로 인해 지나친 태클이나 몸싸움으로 경고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FIFA 랭킹 60위의 가나는 H조에서 유일하게 랭킹 29인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팀이다. 하지만 가나와의 역대 전적은 3승 3패로 결코 만만하게만은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전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가나와 월드컵에서 맞붙을 한국의 승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 4월,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한국이 2승 1무로 포르투갈과 함께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은 바 있다. 그 주된 이유로 현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기량이 절정일 때 월드컵을 치른다는 점을 꼽으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손흥민을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민재(이탈리아 SSC 나폴리), 황의조(프랑스 보르도), 황희찬(울버햄프턴), 최근 입단을 확정한 황인범(그리스 올림피아코스) 등 해외파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만큼 한국의 간판 플레이어들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줄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ESPN은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월드컵을 함께 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 감독으로 한국팀을 잘 이끌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최근 가나 대표팀에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며 기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갖추게 된 점은 분명 불안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을 불과 반년도 채 앞두지 않고 완전히 새롭게 팀을 구성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부족하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아무리 개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모았다고 해도 급조된 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존 선수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월드컵을 위해 6명의 선수를 데리고 왔다는 것은 월드컵 진출에 실제로 기여한 선수들은 정작 월드컵 무대에서 뛸 기회를 뺏긴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가나 언론은 기존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가나축구협회의 결정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이는 팀워크가 깨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새롭게 투입되는 선수들 입장에서도 팀과 호흡을 맞춰볼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기존에 있던 선수들은 불만으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등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대두되는 이유다.
이번에 합류한 선수들이 월드컵이 끝나고도 가나대표팀에서 뛸지는 알 수 없다.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끈 주역 보아텡의 투입이 가나에게는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으나 월드컵이 끝나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큰 무대만 골랐다는 비판을 받으며 가나에서 용병 취급을 받은 바 있다. 기존에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단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오토 아도 감독은 가나 대표팀이 감독으로서는 처음 맞는 팀인 만큼 짧은 경력을 가지고 있어 선수들 간의 불화를 얼마나 잘 보듬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에 대해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는 “관건은 조직력”이라며 “귀화 선수들을 투입하면 조직력이 붕괴되어 원팀이 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조직력을 강화하고자 선택한 전술이 오히려 팀의 조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 축구대표팀이 파고들어야 할 부분이다. 손흥민과 같이 최상의 기량을 보이는 선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한 팀으로 뭉치지 못한 가나의 조직력을 흔드는 전술을 세운다면 16강 진출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