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자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대회라는 인상적인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회의 막이 조만간 열린다.
11월 20일(일) 한국 시간 23시 50분에 카타르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릴 개막전으로 개최국인 카타르와 같은 A조에 속한 에콰도르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기사에서는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카타르와 8년 만에 월드컵 무대로 돌아온 에콰도르, 두 대표팀의 경기 전력과 주요 선수, 경기 전망, 그리고 이번 월드컵 대회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전 세계 많은 축구팬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은 대회 개최 시점이다. 전통적으로 월드컵은 여름에 개최됐는데, 이번에는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타르 월드컵은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개최된다.
한여름에는 낮 최고 온도가 5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카타르의 기후 특성을 고려하여 FIFA는 대회의 일정을 겨울로 변경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11월에도 카타르 평균 기온이 20도에서 36도 사이에 머물기 때문에 결코 선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온이지만 여름 온도와 비교하면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기에 훨씬 나은 조건이다.
또한 애초 카타르 월드컵의 개막 경기는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가 아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원래 월드컵 개막은 11월 21일이었으며, 네덜란드 대 세네갈이 오후 1시에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치르고 카타르 대 에콰도르 전은 같은 날 오후 7시에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막일을 하루 앞당겨 개최국인 카타르의 경기를 첫 경기로 변경하였다. 보통 월드컵 개막식에서 개최국이나 전 대회 우승팀 경기로 시작하는 월드컵 대회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FIFA가 밝힌 바 있다.
개최국인 카타르는 FIFA 랭킹 50위로 아직 월드컵 출전 경험은 없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카타르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펠릭스 산체스 바스 감독이 이끄는 카타르 축구 대표팀에는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없으나 대표팀 거의 전원이 카타르 스타스 리그 알두하일 SC 소속으로 평소에도 경기를 함께 뛰는 선수들이라 호흡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카타르를 대표하는 선수는 압델카림 하산(알 사드 SC), 알모에즈 알리(알두하일 SC), 하산 알 하이도스(알 사드 SC), 아크람 아피프(알 사드 SC) 등이 있다. 특히 알모에즈 알리는 수단에서 귀화한 선수로 지난 아시안컵에서 무려 9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 바 있다. 이어 2021년 골드컵에서도 베스트 11과 득점왕(5골)에 선정되는 등 카타르 대표팀의 최고 스트라이커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지속해서 대표팀 해외 훈련과 많은 A 매치 경험을 쌓게 해 조직력을 다지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를 보이지만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홈그라운드 어드밴티지를 더해 조별리그 경기에서 승리의 기회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개막전에서 카타르와 맞붙는 에콰도르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FIFA 랭킹 44위로 50위인 카타르보다는 다소 순위가 높다. 현재 아르헨티나 출신 구스타보 알파로 감독이 에콰도르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18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에콰도르는 대대적인 선수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고 한층 안정적인 조직력으로 이번 대회에선 남미 지역 예선 4위로 통과했다. 예선에선 50%가 넘는 평균 점유율을 보였으며, 예선 18경기를 치르면서 19실점을 기록하는 등 수비력도 좋은 편이다.
에콰도르 대표팀에서는 공격수 페르비스 에스투피난(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을 주목할만하다. 2021 코파 아메리카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한 선수로 공격과 수비를 골고루 아우르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외에도 유럽 무대에서 유망주로 꼽히는 수비수 피에로 인카피에(독일 바이엘 04 레버쿠젠)를 비롯해 미드필더 모이세스 카이세도(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 등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 에콰도르 대표팀의 경기를 어떻게 이끌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에네르 발렌시아(공격수, 페네르바체 SK), 앙헬 메나(미드필더, 클럽 레온), 알렉산데르 도밍게스(골키퍼, LDU 키토) 등의 베테랑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콰도르 대표팀의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16강이다. 전통적으로 고지대인 에콰도르에서 진행되는 홈 경기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여왔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에콰도르 대표팀이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만큼 어떤 활약을 보여줄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카타르 대표팀은 중동 국가 최초로 월드컵 유치를 성공한 이래 지속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여 선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등 자국 축구의 전반적인 전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월드컵 유치 확정 전에는 FIFA 랭킹 93위였던 카타르가 20년 만의 2015 FIFA U-20 월드컵에 자력 진출, 2019 AFC 아시안컵 첫 우승 등의 좋은 기록을 세우며 전반적인 경기력 향상을 증명했다. 이들 경기 결과에 힘입어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카타르는 FIFA 랭킹 50위를 기록하면서 인상적인 상승 폭을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사실상 조별 리그에서 카타르의 16강 진출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월드컵 예측 관련 통계에 따르면 카타르의 월드컵 승리 가능성은 0.35%로 매우 낮다. 하지만 만약 조별리그에서 카타르가 단 1승이라도 챙길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에콰도르와의 개막 경기에서 승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 같은 A조에 속한 나머지 국가는 세네갈(FIFA 랭킹 18위)과 네덜란드(FIFA 랭킹 8위)로 현실적으로 카타르가 상대하기에는 더 버거운 팀들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최국 이점을 가진 카타르가 첫 월드컵 경기에서 어떤 활약과 기적을 일으킬지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카타르 대표팀 역시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개최국의 이점과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승리뿐만 아니라 16강 진출까지 목표로 하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