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에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이제 100여 일 남짓 남겨두고 있다. 한국이 속한 H조에는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가 함께 배정되어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본선 첫 경기로 11월 24일 우루과이와 경기를 치른 후, 2일에는 가나와 2차전을, 12월 3일에는 포르투갈과 최종전을 치를 예정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포르투갈을 만난다. H조의 최강팀으로 꼽히는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전력과 한국의 대응 전략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스타 공격수는 단연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그를 빼놓고는 포르투갈의 전력을 논하기 힘들다. 실제로 포르투갈은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 리그 A 2조 조별리그 당시에도 스위스를 상대로 4-0, 체코에는 2-0으로 승리하는 등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37세인 호날두에게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예정이다. 노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라 전성기 때만큼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드에선 공격형 미드필더인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시티),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곤잘루 게데스(울버햄튼)와 공격수 주앙 펠릭스(AT 마드리드) 등의 선수들도 호날두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며 포르투갈의 활약에 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의 역대 월드컵 성적은 본선 8회 진출로, 최고 성적은 3위(1966년)를 기록하고 있다. 총 성적 14승 6무 10패, 총 승점 48점으로 월드컵 통산 순위는 16위다. 축구 강호 중 하나라고 여겨지는 포르투갈의 월드컵 성적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여기에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의 수비를 강조하는 전술이 공격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2014년부터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을 지휘한 산투스 감독은 유로 첫 우승과 네이션스 리그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수장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공격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비 중심 전략에 대한 불평을 자아내고 있다.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답답한 경기를 보여준다는 게 그 이유다.
지금까지 포르투갈과 한국 대표팀 간의 전적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포르투갈과 맞붙어 1-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당시 포르투갈은 선수 2명이 레드카드를 받아 수적으로 열세였고, 당시 에이스 선수였던 피구가 한국의 철저한 마크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며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FIFA 랭킹 9위인 포르투갈이 H조의 최강의 팀이라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28위인 한국에게 포르투갈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예정이다.
하지만 약팀이 언제나 강팀의 산을 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02년 4강 진출이라는 이변을 만들어 낸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에도 과연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 강팀 포르투갈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에게도 승기를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최근 포르투갈의 매체 ‘포르탈 카스카이스(portal cascais)’는 카타르 월드컵 스타들을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다루면서 해당 기사에서 손흥민을 월드컵 본선 진출 팀 스타 중 가장 저평가된 선수로 꼽았다. 실제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을 득점해 득점왕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맞붙을 그 어떤 팀도 손흥민의 저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이번 한국 축구대표팀이 역대 최강의 라인업을 갖췄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대표팀의 정예 선수들이 대부분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이탈리아 SSC 나폴리),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 이재성(FSV 마인츠), 황의조(프랑스 보르도)와 최근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 입단한 황인범까지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공격에서 수비까지 골고루 포진해있다.
그뿐만 아니라 벤투 감독이 중점을 두고 있는 팀 체제와 전술의 일관성이라는 기조에 따라 지난 4년간 대표팀 선수 구성에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전술과 포메이션으로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도 중요하다. 베스트 11 선수들이 이미 오래전 확정되면서 각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전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자철 축구 해설위원은 남은 백일 동안 벤투호가 내세우는 빌드업 전술의 완성도가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 시간 동안 주축 선수들이 일관된 기조로 손발을 맞춘 만큼 안정적인 팀을 만들 수 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을 월드컵에서 할 수 있냐 없냐 물어본다면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나의 전망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포르투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분석력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으며 4년 동안 호날두와 함께했다. 물론 선수 한 명에 집중하지 않고 팀을 고려하여 전술을 세울 것이지만, 상대 팀 최고의 선수를 감독으로 지도한 경험은 더 세밀한 분석과 전략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포르투갈 대표팀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네이션스 리그에서 4-0과 2-0으로 스위스와 체코를 격파했지만 스페인 원정에서는 1-1 무승부를, 스위스 원정 경기에서는 0-1 패배라는 다소 일관성 없는 전력을 보여준 바 있다.
거기에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최근 이적 문제로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불화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팀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8월 1일 바예카노와 프리 시즌 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반 이후에 교체 아웃되기도 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원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에이스 선수가 심리적이든 체력적이든 흔들리면 팀에 주는 영향은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대표팀이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포르투갈의 약점을 파고들고, 지금까지 쌓아온 빌드업 전술로 적절히 압박한다면 강팀인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