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포커 탐험가입니다. 포커의 전설, 포커의 대부, 텍사스 홀덤의 아버지…이 어마어마한 호칭이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믿어지시나요? 도일 브런슨(Doyle Brunson)은 이 호칭들이 전혀 아깝지 않은 포커의 아이콘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그가 5월 14일에 89세로 세상을 뜨며 이제 별이 되었습니다 😭.
저처럼 포커를 진지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일 브런슨을 선망하죠. 과장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누구나’요.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가 포커 계에 남긴 위대한 업적을 낮게 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마치 농구 선수인 마이클 조던이나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 같은 존재거든요.
저는 WSOP(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에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이 존경의 의미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던 모습을 영상으로 보던 순간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런 그가 떠났다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저는 그의 책을 보며 포커를 공부했고, 포커에 진지하게 임하게 된 순간부터 저의 마음속에서도 그는 포커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거든요.
도일 브런슨이란 전설적인 포커 플레이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그의 명언을 몇 가지 먼저 살펴보면 여러분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감이 오실 겁니다.
“만약 너의 패가 ‘콜’ 할 만큼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레이즈해라.”
“상대방의 눈을 보면,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늙어서 포커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포커를 그만둬서 늙는다.”
하아…한 문장, 한 문장에서 그의 카리스마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 않나요 🥺? 포커 테이블에 마주 앉은 상대 플레이어를 관찰하여 성향과 스타일, 강점과 약점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로 포커에서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연히 드러내 주는 그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일 브런슨의 업적을 얘기하자면 이 모든 것이 정말 한 사람이 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50년 넘게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활동하면서 1976년과 1977년 월드 시리즈 연속 우승, 최초 100만 달러 상금 획득 선수, 포커 명예의 전당 입성, 포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저서 출간, 자신의 이름을 딴 포커 용어 등 포커 플레이어로서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적을 다 이룬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970년 제1회 WSOP 대회부터 2018년 대회까지 85세가 될 때까지 거의 50년 동안 대회에 참석하며 부문별 이벤트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황금 팔찌(bracelet)를 무려 10개나 획득했으니 정말 레전드라고 불릴만하죠?
아래 돈뭉치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세요! ‘라이브 포커’ 공식 상금으로만 62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땄다고 합니다 😮. 저도 포커의 고수가 되어 저런 사진을 한번 찍어보고 싶네요.
한 개인의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성취를 이룬 그의 개인적인 역사도 물론 놀랍고 존경할 만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도일 브런슨을 존경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포커는 베팅 게임의 한 종류지만, 정교하게 발전하면서 크고 작은 국제 대회까지 열리는 국제적인 오락이자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았죠.
그중에서도 ‘텍사스 홀덤’은 거의 모든 국제 대회가 채택할 만큼 인기 있는 종목인데요. 보통 플레이어가 2장의 히든카드와 5장의 공개 카드를 차례대로 받고 베팅을 건 뒤에 최종 승패를 가릅니다만, 노리밋 텍사스 홀덤은 베팅 한도 없이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죠.
카우보이 모자를 쓴 도일 브런슨이 터질듯한 긴장감 속 노리밋 텍사스 홀덤을 플레이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이런 브런슨의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포커의 매력을 이미지화하여 보여주고,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2000년대에 포커가 주류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도 그에게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묘하네요. 저뿐만 아니라 포커를 사랑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브런슨이 남긴 족적 위에 무언가를 쌓고 있는 거랍니다 😉!
2018년 6월, 브런슨이 여름 토너먼트 포커에서 은퇴를 발표했을 때 저는 마치 한 세대가 끝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지금 그가 떠나니 그때 제가 느꼈던 기분은 진짜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
브런슨이 플레이할 때마다 방송에서는 그의 책을 인용하며 찬사를 보내곤 했는데,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불편해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더군요. 하지만 그의 플레이 스타일과 그가 남긴 저서는 아직까지도 모든 포커 플레이어에게 바이블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비교 상대가 없는 포커 계의 GOAT(Greatest of all time)니까요.
슬프게도 이제 도일 브런슨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포커 계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죠. 한 시대가 막을 내리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듯 그가 남긴 것들은 이제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함께 사라지는 걸까요? 저는 그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는 이 생각을 오래도록 했습니다. 좋든 싫든 시대의 변화라는 건 그렇게 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도일 브런슨은 포커 전략에 관한 최초의 책 중 하나인 “슈퍼 시스템(Super System)”과 “슈퍼 시스템 2(Super System 2)”를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포커 전략 책으로 꼽히고 있죠. 그 외에도 자서전을 포함해 총 6권의 책을 냈습니다. 포커 플레이어 중에 브런슨의 책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는 자신의 저서로, 그리고 반세기에 걸친 프로 활동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포커 플레이어들에게 영감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1979년에 출간된 책이라 오래된 책이지만 ‘바이블’이라고 이름이 붙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그의 책은 이미 포커 전략에 있어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을 받았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아니, 기본으로 읽어둬야 할 책이거든요.
저는 그가 포커계에 남긴 것들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게 더 적절하겠네요. 어떤 분야의 역사든 과거의 것이 없다면 현재는 없으니까요 😌. 새로운 것으로 덮어질지언정 그 바탕에는 도일 브런슨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포커 게임을 하면 실제로 도일 브런슨이 남긴 업적을 손끝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홀덤 포커 게임에서 첫 번째 두 장의 카드 중 한 장은 ‘10’이고 다른 한 장이 ‘2’인 경우, 이 핸드를 ‘도일 브런슨(Doyle Brunson)’ 혹은 브런슨의 애칭인 ‘텍사스 돌리(Texas Dolly)’를 따 ‘돌리 브런슨(Dolly Brunson)’이라고 부르거든요.
글쎄요,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도일 브런슨의 업적을 뛰어넘는 인물이 나와 이 핸드에 다른 이름이 붙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올 수도 있겠죠. 그렇더라도 좋든 싫든 그의 흔적을 느끼면서 포커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브런슨의 포커 스타일 또한 단순히 포커의 기술적인 면에만 그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는 기술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리고 태도로도 완성형 플레이어였다고 감히 평가해 봅니다.
저처럼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GTO의 논리성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실제로 저도 게임 이론 최적화를 꽤 진지하게 공부했거든요.
수학적 논리성의 매력에 빠진 플레이어 중 일부는 브런슨의 포커가 이제는 한물간 스타일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그렇다면 그가 세운 기록들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브런슨이 공식 대회 라이브 토너먼트에서 딴 공식 상금 외에, 현금으로 플레이하는 캐시 포커로 평생 번 돈은 아무도 모를 정도의 금액이죠. 거기에 칩 리스(Chip Reese)라는 플레이어에게 한자리에서 600만 달러를 잃은 것을 빼고는 포커 플레이로 적자를 본 해가 없다는 것만 봐도 그의 포커 전략의 뛰어남은 굳이 다시 말할 필요 없을 정도고요 🤫.
포커 전략이나 이론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에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진정으로 포커를 분석하고 배우려면 다양한 스타일과 이론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느 하나를 폄하하는 것은 무엇을 배우든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오리지널 스타일을 배워야 한다는 거죠. 수학을 배울 때 기초 없이 바로 응용부터 할 수 없듯이, 포커도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의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 역시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저도 꾸준히 최근 트렌드를 익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커 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을 잃은 것은 못내 아쉽네요.
‘도박’의 일종으로 여겨졌던 포커를 하나의 건전한 오락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스포츠 전문 방송인 ESPN에서 생중계하는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과정에 브런슨의 매너와 품위가 미친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심리를 읽는 게임 ‘포커’를 진정으로 즐겼던 그의 모습은 스크린 뒤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게임을 하는 요즘 시대에 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포커 페이스를 위해서 자기 얼굴을 가리는 선수들이 많은 지금, 잘 다려진 셔츠에 스포츠 코트, 하얀색 카우보이 모자를 트레이드 마크처럼 쓰고 경기에 당당히 임하던 그의 모습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포커 플레이를 하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브런슨이 마지막까지 지켰던 품위와 매너를 가슴 한편에 품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정으로 포커를 사랑하는 마음을 저도 그처럼 나이가 들 때까지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포커 탐험가입니다. 포커의 전설, 포커의 대부, 텍사스 홀덤의 아버지…이 어마어마한 호칭이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믿어지시나요? 도일 브런슨(Doyle Brunson)은 이 호칭들이 전혀 아깝지 않은 포커의 아이콘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그가 5월 14일에 89세로 세상을 뜨며 이제 별이 되었습니다 😭.